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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간역시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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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녁이 있다  

           

          -  나희덕

 

 

 

저물 무렵

무심히 어른거리는 개천의 물무늬며

 

하늘 한구석 뒤엉킨

하루살이 떼의 마지막 혼돈이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바라보려 한다

 

뜨거웠던 대지가 몸을 식히는 소리며

바람이 푸른빛으로 지나가는 소리며

둑방의 꽃들이

차마 입을 다무는 소리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들으려 한다

 

어둠이 빛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나무의 나이테를

내 속에도 둥글게 새겨 넣으며

가만가만히 거기 서 있으려 한다

내 몸을 빠져나가지 못한 어둠 하나

옹이로 박힐 때까지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 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이 시는 국어 교과서에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전기현님의 목소리로 들으니 이 낭송 자체를 녹음해다가 학생들에게 들려줘야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럼 시인의 마음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듯. 

 

끝 곡은 러빙 빈센트 OST다. 여자가수 목소리로 들어도 괜찮다.

 

youtu.be/ifXkayutL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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