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
- 신현림
지극히 혼란스런 의식이 새벽강처럼 고요해졌으면,
수와 후회, 치욕스런 기억에 시다릴 때 시원스레 소나기가 쏟아졌으면,
잔인한 말 던진 자를 용서했으면 그냥 잊었으면,
권태롭고 적막한 오후 세시경이면 전화라도 그냥 수다스럽게 울렸으면,
나처럼 이 시대의 나약한 바보 울보들이 천천히 비빔밥을 먹고 커피
마시듯 고통을 음미했으면,
갑작스런 사건에 놀라 허둥대지 않으며 추억의 지진으로 시간이 사망
하지 않았으면,
진지함과 활달함의 변주곡 속에서 하루가 무사하고
우리 애인들 모두 안녕하였으면,
하느님처럼 늘 겸손하고 착하면 또한 주어진 것들 모두 받아들여라.
욕망의 가마솥 잘 끓여라.
막연한 희망, 기다림에 모가지야 늘어나지 말아다오.
어서 쓸쓸한 저녁이 갔으면,
이 불안의 바퀴도 날아갔으면,
온몸 미칠 듯 번지는 칸나 같은 바퀴가 멈췄으면, 제발 멈췄으면.
가운데 보라색 글씨가 오늘 전기현님이 읽어주신 부분이다. 신현림 시인... 야한 소재를 시에 많이 사용하는 시인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전기현님의 목소리로 들으니 왜 이리 좋게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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